소중한 은사님 J교수님을 장장 반 년만에 뵈었다.
말하며 느낀 바를 더 잊어버리기 전에 여기에나마 정리해 본다.

Q. 지난번 만남 이후로 circuit이 아닌 cortex를 파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로도 딥러닝이나 각종 테크닉을 적용한 논문들이 좋은 곳에 나오더라.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실험과학자는 이론과학자를 천대하는 경우가 많다. 뇌과학은 어떠한가? 이론과학자, 데이터 분석가로서의 삶은?

A. 지금은 그렇다. 원래 유전자부터 행동을 관통하는 실험이 좋은 논문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면 실험을 병행해야 했다.
다만 빅데이터 신경과학이 대두되면서 자기네 랩 쥐 몇 마리로 하는 실험들은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도 큰 연구기관들은 데이터를 생산할 것이고, 내가 데이터 생산이 좋다면 그곳으로 가서 그걸 하면 된다.
데이터를 가진 사람은 그것을 나눠주고 싶어하니,
프로포절을 잘 써서 분석을 대리하면 된다. 물론 분석을 잘 해야겠지.
(J교수님 연구/연구실의 변천사에 관한 얘기들… 왜 mouse 랩을 폐쇄했는가.)
과학이라는 활동 내에서 내가 무슨 형태의 삶을 가장 좋아하는가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 개인적으로 나도 쥐 천 마리 죽여서 논문 한 편 쓰는 형태의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내가 추구해야 할 삶 역시 결정되어 있는 것이겠지.

Q. 나는 얕고 넓은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게 내가 이상적으로 여기던 학자의 모습과 달라 고민스러웠다.

A. 그 짓도 30년 하면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이 생긴다. 큰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자기기만, 칼 세이건, 파인만 이야기)
깊게 파고 나서 넓히는 사람은 드물다.
대신 내가 그걸 사회적으로 어느 위치에서 하느냐인데,
어쩌면 결과론적인 얘기이겠지. (본인은 잘 풀렸으니)
뇌과학에서 integrative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function은 decision making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modality에 대한 연구는 한계가 있다.

* 그 말을 들으며, 주관적 차원에서 표현한 결과가 decision making일 뿐,
객관적으로는 뇌는 거의 모든 scale에서 decision making을 하는 기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컨대 decision making이야말로 뇌의 fundamental한 목적이자 기능이라는 거다.
그러면 decision making과 subjectivity는 어떤 관계일까?
이건 좀 공부를 해 봐야겠다.

** 많이 읽고 많이 써야겠다고, 그리고 그걸 체계적으로 logging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큰 틀에서 내가 관심갖고 공부하는 것들이 어디쯤 있는지,
사소한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잘 mapping해야겠다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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