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www.pnas.org/content/117/13/6976
옛날에 북마크해 둔 조세프 르두의 Perspective 논문인데…
의식 연구의 역사를 개괄한 아주 좋은 논문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의식 연구는 일반적인 통념처럼 1990년에 부흥한 게 아니라, 19세기 말부터 꾸준히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
제목이 참 재밌다.
다시 말해 왜 우리는 의식을 이런 식으로 연구하게 되었나?에 관한 소고다.
흔히 의식 연구의 역사를 이야기하면, 20세기 초 프로이트와 독일 심리학자들의 영향으로 의식에 관한 탐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나, 행동주의의 그늘 아래 수십 년간 의식은 심리학에서 배척되었고, 그러다 인지주의와 계산주의가 떠오르고 fMRI가 발전하면서 프랜시스 크릭, 제럴드 에델만, 버나드 바스 등을 기치로 하여 1990년대에 다학제적 연구로서의 consciousness studies가 시작되었다고들 말한다.
특히 크릭과 크리스토프 코흐는 시각 신호의 의식 여부와 상관성을 지닌 뇌 영역을 찾아냄으로써 시각 의식의 신경상관물을 파악할 수 있다는 방법론적 제안을 했고, 실제로 2000년대 후반까지도 영장류로 관련 실험을 했다. (실패로 끝난 건 안 비밀이지만..)
크릭과 코흐의 논문이 주류 심리학과 신경과학자들이 의식 연구를 하게끔 촉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최초는 아니었다. 60~70년대 분리뇌, 맹시, 기억상실 연구는 이후의 의식 연구의 개념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주제들 역시 시각과 많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 논문 본문
[뇌의식의 대화]에도 나오지만, 저 사례 외에도 꿈, 명상, 동물 의식 등 다각도의 연구가 90년대 이전에도 이루어졌었다. 어쩌면 방법론의 다양성으로만 따지면 90년대 이전이 더 풍성했을는지도 모르겠다.
의식에 대뇌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주요 근거는 데이비드 페리에의 전기 자극 연구였다. … 페리에는 대뇌피질의 활동이 의식적 경험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며, 피질하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복잡한 행동을 조절한다고 결론 내렸다.
인간 신경증 환자에 대한 관찰도 의식 연구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 페리에의 친구이자 멘토 존 헐링스 잭슨은 특정 영역에서 발생하는 간질발작이 때로 의식적 경험의 변화를 동반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는 의식이 대뇌 조직화의 가장 높은 단계이며, 마음은 의식적 과정과 무의식적 과정의 상호작용을 동반한다고 보았다. … 이 둘은 다음 세대의 의식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저작에도 영향을 주었다.
19세기 말, 실험심리학이 과학적 분야로서 정립되었고, 의식에 관한 철학적 질문이 생리학적 기법을 통해 실험실에서 탐구되기 시작했다. … 구스타프 페히너 … 헤르만 폰 헬름홀츠 … 빌헬름 분트 … 윌리엄 제임스 등이 실험심리학의 문을 열었다.
19세기 말에도 이러한 통찰이 이미 존재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의식에 대한 이해가 150년 전 이들의 주장에 비해서도 그닥 많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이 학자들에 대한 소개도 나중에 별도의 글로 다루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