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몽고메리의 <문어의 영혼>을 읽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아쿠아리움을 방문하면서 문어뿐만 아니라 여러 수생생물들과 교감한 기록을 소개한다. 여러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문어들은 훈련사 각각을 기억하고, 흡연 여부나 긴장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장난을 치기도 하며, 자주 탈출을 꿈꾼다. 개체마다 성격도 다르다. 마치 서로 다른 인격이 있는 것처럼.
문어는 두족류 중에는 가장 똑똑한 동물이다. 실제로 도구도 쓰고, 패턴을 기억한다. 피부 색소를 변화시켜 환경을 모사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문어가 이렇게 높은 지능을 갖도록 진화한 것은 진화과정에서 조개와 같은 단단한 피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부드러운 살점을 노출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이상, 문제 해결 능력을 갖도록 진화한 것이다. 놀라운 점은 두족류는 선구동물, 인간은 후구동물로서 약 5억년 전, 진화의 매우 이른 단계에서 갈라졌다는 거다. 인간을 비롯한 소수의 동물만이 가진 그 기능을, 수억 년의 시간에 거쳐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 낸 거다.
문어 신경계의 구조는 인간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동물들, 척삭동물과 전혀 다르다. 물론 발생유전학적으로 대응되는 영역들은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추정일 뿐, 각 영역이 어떻게 기능하고 정보를 모으는지는 모른다. 문어는 각 발마다 신경절을 가지고 있고, 분산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척삭동물의 뇌에 존재하는 체감각지도가 문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몸에 대한 정보가 중앙 뇌에 모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다면 문어는 도대체 어떻게 세상을 보고 느낄까? 어쩜 문어는 이 책의 묘사처럼 촉수에 느껴지는 맛으로 세상을 볼는지도 모른다. 중앙으로 집중된 뇌가 존재하지 않으니, 각 팔이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 책은 학술서적이 아닌 에세이집이고, 저자가 동물에 대해 높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어 문어의 능력에 대해 과대평가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무심코 잡아먹는 문어가 엄청나게 복잡한 정신세계를 가진 존재이고, 지능의 본질에 대한 열쇠일 수도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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